고전과 판타지의 세계, 차이나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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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고전과 판타지의 세계, 차이나타운
  • 입력2020-11-30 16:09:12



​<무예, 재물, 문학의 신인 관우의 모습>


무예· 재물· 문학의 신 - 관우


후한이 몰락해 가던 서기 2백년 경, 관우는 유비·장비와 함께 ‘촉나라’를 세운 전쟁 영웅입니다. 산동의 해주 출신인 관우의 행적은 나관중이 쓴 역사소설 ‘삼국지연의’에 생생하게 기록되어 있습니다. 관우는 당년 58세에 오나라의 손권에게 잡혀서 처형당하지만, 생전에 그가 보여준 의리와 신의, 무술은 후대에도 깊은 영향을 주어 도원결의 삼형제 중 유일하게 그 공적을 인정받습니다. 1128년에 ‘대군’이란 왕의 반열에 올랐으며, 1594년에는 ‘대 황제’로 추서 되었고 마침내 ‘신(神)’ 으로서 중국인의 정신세계에 영원히 머물게 되었습니다.


오늘날 관우 신은 중국의 신들 가운데 가장 인기가 많아서 웬만한 집에는 그의 초상이 걸려있고, 그를 모시는 무성묘 사당도 전국 어디서나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관우의 초상은 불교 사원의 본전에도 많이 걸리며, 가끔씩 재현 한다고도 하는데, 혼자 나타날 때도 있지만 대개 두 명의 수행원과 같이 나타난다고 합니다. 관우의 제사는 일반적으로 2월 15일이지만, 5월 13일에는 문무관리들 만이 따로 제를 지내기도 한다고 합니다.


한편 관우 신은 직업 즉, 돈을 버는 사업의 수호신으로도 간주되어, 중국의 가게나 회사에 관우의 초상화가 늘 한쪽 벽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또한 관우의 오른 손에 책이 들려 있는 것은 관우를 해박한 ‘문학의 신’으로도 추앙하기 때문입니다. 관우처럼 실존 인물이 죽어서 신이 되고, 그것도 무예, 재물, 문학을 관장하는 신은 관우가 유일하다 하겠습니다.


관우 신에 대한 이야기 중에 한가지로, 옛날 중국 관청에서는 사형수의 목을 칠 때 사용하는 칼은 관우를 모신 사당의 경내에 보관하였는데, 이는 사형을 집행한 관리에게 사형수의 혼령이 나타나 괴롭힐 것을 두려워하여 관우 사당에서 제를 올리고 칼을 놓아두면 관우 신이 혼령을 막아준다고 믿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중국 문화원 광장에 있는 왕희지 동상>
 

중국 서성(書聖) - 왕희지


왕희지는 동진 시대 사람으로, 서기 307년에 태어나 59살을 살았던 중국의 대표적인 서예가입니다. 일찍이 글씨에 남다른 재능을 보여, 유명 여류 서예가 위부인의 문하생으로 있다가 성인이 되어 한 왕조와 위 왕조의 비문을 연구해서 ‘해서’, ‘행서’, ‘초서’의 서체를 완성했습니다.


벼슬길에 나아가 351년 ‘우군장군’의 직급까지 올랐으나 이 후 혼탁한 세상에 염증을 느껴 355년에 관직을 버리고 은둔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왕희지가 지냈던 ‘회계’는 산수가 빼어난 곳으로, 그는 이곳에서 여러 명사들과 벗하며 말년까지 유유자적한 생활을 즐겼습니다. 왕희지는 생전에 각각의 서체로 많은 작품을 남겼으며 특히 ‘난정서’는 그의 최고 걸작으로서 오늘날까지도 중국인의 자랑거리 중에 하나입니다.


‘난정서’는 삼월 삼짇날 ‘수계(한 해의 묵은 때를 물로 씻어 낸다는 중국 세시풍속)’를 위해 난정 정자에 여러 문인들이 모였다가 술 한 잔 씩 돌려가며 시문을 쓴 것들을 모아 놓은 책인데, 이 작품집 속에 왕희지의 작품이 가장 뛰어나서 후대에 이르러 왕희지의 ‘난정서’로 기억되고 있습니다. 글 내용은 자연 속에 인생을 관조하며 비록 유한한 인생이지만 ‘삶이란 충분히 고결하고 아름다운 가치가 있음’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훗날 당태종은 왕희지의 난정서를 너무 좋아하여, 권력을 앞세워 난정서를 빼앗아 늘 곁에 두고 감상하였으며 심지어 자신이 죽을 때 함께 묻어 달라고 하여 난정서의 원본은 영원히 지하로 사라지고 맙니다. 중국인들은 난정서를 ‘무가지보 無價之寶’ 즉, 어떠한 가격도 매길 수 없는 보물로 여기는데, 아이러니컬하게 원본은 사라지고 모사품만 전해집니다.


왕희지는 중국의 서성(書聖)에 걸맞게 많은 일화도 남기고 있습니다. 소년 시절 왕희지가 글씨 연습에 열중하며 삼매경에 흠뻑 빠져 며칠이고 땅바닥이나 벽, 나무, 방바닥 등 가릴 것 없이 손으로 쓰는 시늉을 하자 옷소매가 헐어 제대로 된 옷이 없었다고 전해집니다. 또 다른 일화는 왕희지는 집 앞 연못가에 나가서 글씨 연습을 많이 하였는데, 연습 도중 붓과 벼루를 자주 씻다 보니 얼마 후에는 연못이 온통 검게 흐려져 사람들이 그 연못을 ‘묵지墨池’라 부르고, 왕희지의 작품을 특별히 ‘묵화’라 지칭했다 합니다.


어느 날 길을 가다 왕희지는 헐벗고 가난한 노파를 만나게 됩니다. 그는 노파가 너무 불쌍하여 집으로 돌아가서 몇 종의 부채에 자신의 글을 쓴 후, 다시 노파에게 찾아가 부채를 건네주며 “이 부채는 왕희지 친필 부채이니 백 전 이하로 팔지 마라”고 하며 “내다 팔라” 하자 노파가 그대로 하니 순식간에 모두 팔려 노파는 큰돈을 벌게 되었다고 합니다. 



<중국 전통가옥 사합원 모형도>
 

중국 전통 가옥 - 사합원(四合院)


한국의 전통 가옥이 ‘한옥’이라면, 중국 전통 가옥은 ‘사합원’입니다. 사합원은 네(四) 채의 건물이 모여서(合) 가운데 마당을 중심으로 이루어진 집으로 한글 ‘ㅁ’ 자와 형태가 비슷합니다. 사합원의 연원은 산시성 봉추현에서 발견된 건축 유구를 통해 밝혀진바 약 3000년 전까지 소급하지만, 더욱 확실한 모습은 2200년 전 세워졌던 서한(西漢)의 도기나 자기 등에 잘 나타나 있습니다. 


가옥의 전반적인 특징은 공격과 방어를 목적으로 한 높은 담과 타인의 출입을 함부로 허용치 않을 듯한 견고하면서도 작은 문 그리고 내부 건물의 구조가 모두 안쪽을 향하는 내향성 등을 들 수 있습니다. 바깥과 안을 가르는 담 벽의 폭도 상당히 두껍고, 풍수지리에 따라 ‘좌북조남 坐北朝南’ 즉, 북쪽에 앉아 남쪽을 바라보는 공간 배치를 기본으로 하고 있다. 대문은 통상적으로  작게 하나만 내며 남동쪽에 치우쳐 위치해 있습니다. 이러한 특징을 통해 사합원의 패쇄성과 배타성을 느끼게 하는데, 이는 오랫동안 숱한 역경을 이겨내며 형성된 중국인만의 ‘은밀함의 정서’라 할 수 있습니다. 다시 말해 자신의 모습(실력)을 드러내지 않고 남의 동태를 조용히 지켜봄으로써 생존방식을 터득한다는 사고가 사합원에 반영되고 있는 것입니다. 


사합원은 지위고하 또는 경제적 여건에 따라 규모나 건축 소재가 달라지지만, 공간 배치에는 일정한 규칙이 적용됩니다. 이는 대가족 사회의 위계질서를 나타내는 것으로, 집안 어른과 자식, 하인 심지어 첩조차 각자 머물게 될 방이 정해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맨 북측의 ‘정방’은 주인 내외가 머물고 동서 상방에는 첩이나 자식들이, 도좌방(한옥의 행랑채)에는 하인들이 기거해야 했습니다. 대문은 보통 도좌방의 끝에 달리며, 대문을 들어서자마자 정면으로 인위적인 벽이 가로 막는데, 이 벽을 ‘영벽’ 또는 ‘조벽’이라 합니다. 귀신이 대문을 들어서다 영벽에 비친 자기 그림자를 보고 돌아나가게 한다거나, 귀신은 직진밖에 못하기 때문에 영벽에 막혀 들어오지 못하게 하는 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전합니다. 그래서 사합원은 대문 통과 후 좌측으로 꺾어야 내부로 이어집니다.


사합원은 중국 수도 베이징의 자금성 주변에 아직도 많이 산재하고 있습니다. 흔히 ‘후통(胡洞) - 골목’이라 부르는 곳에 사합원이 밀집해 있으며 청나라 때 집중적으로 지어졌습니다. 이곳의 사합원들은 거주 목적 이외에도 자금성의 방어기능을 겸비했다고 합니다. 사합원과 사합원이 좁은 골목만 내고 자금성을 둘러싸서 외부의 적이 자금성을 오려면 골목으로 올 수 밖에 없는 관계로 대규모 침입이 불가능했습니다. 하지만 현재 사합원은 낡고 생활하기도 불편하여 애물단지로 전락해 가고 있으며 베이징 올림픽을 전후로 해서 대대적인 해체가 이뤄졌다고 합니다.  



<경계와 경고의 대상 - 치우천왕>
 

용의 아홉 자식과 도철(치우천왕)


중국 사람은 옛날부터 ‘용’에게 아홉 마리의 자식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이를 ‘용생구자’라고 하는데, 비희·이문·포뢰·폐안·도철·공복·애자·산예·초도가 그들입니다. 이 중 몇 개를 살펴보면, 비희는 거북을 닮은 용으로 무거운 것을 짊어지기 좋아하여 비석 아래의 장식에 쓰이고, 이문은 불을 끄는데 탁월한 능력이 있어서 용마루에 올려놓습니다. 포뢰는 소리 지르기를 좋아하여 울리는 종에 새기며, 애자는 살생에 탁월한 능력을 가져서 칼자루나 창끝에 새깁니다. 관우가 지닌 청령언월도에 새겨진 용도 애자입니다. 초도는 개구리와 소라의 중간 형태로 숨기를 좋아하여 주로 문고리에 많이 장식됩니다. 이처럼 용의 자식들은 각자의 능력을 가지고 중국고대 문화에 큰 영향을 끼칩니다.


용의 자식 중에서 생활 도구에 가장 많이 쓰이고 경계의 대상으로 삼는 용이 있는데 바로 ‘도철’입니다. 도철은 ‘치우천왕’이라고도 부르는데, 살아있는 생명체는 물론이고 쇠나 모래 심지어 자신의 몸까지도 먹어치우는 ‘탐욕의 상징’이자 ‘물욕의 화신’입니다. 도철은 4개의 눈을 가지고 있고, 자신의 몸을 잡아먹어 머리가 몸통 전체를 나타냅니다. 그런데 이 처럼 무시무시한 괴물을 중국에서는 솥이나 그릇, 관리들이 드나드는 공간 벽면에서 쉽게 발견 할 수 있는 것은 무슨 까닭일까요? 그것은 다름 아닌 ‘경고’와 ‘경계’의 대상으로 삼기 위해서입니다.  즉, 생활 도구 특히 솥이나 그릇에 도철을 새기는 것은 식욕을 삼가라는 뜻이고, 관직에 있는 사람들 주변에 도철이 눈을 부릅뜨고 있는 것은 ‘탐욕’을 경계해야 한다는 경고의 의미 입니다. 용의 아홉 자식 중에 도철만 제외하고는 인간에게 긍정적인데 비해, 도철은 부정적 이미지로 경고와 경계의 상징이 되어 있는 것입니다. 


한편 도철의 또 다른 분신인 ‘치우천왕’은 병기 즉 ‘무기의 신’으로 숭배되고 있습니다. 중국 <사기>에는 중국을 통일한 진시황은 국가 제사를 지낼 때 8신을 모신 후에, 첫 날과 둘째 날은 천신(하늘 신)과 지신(땅 신)에게 제를 올리고, 셋째 날에 군병을 관장하는 치우천왕에게 제사를 지냈다고 적혀있다 합니다. 따라서 도철이 도끼나 창, 방패, 칼등에 새겨져 있으면 이는 치우천왕을 나타내는 것으로 싸움에서 이기게 해 달라는 염원의 상징으로 이해해야 합니다.



<삼국지 벽화 거리에 그려져 있는 도원결의 장면>
 

중국 고전 - 삼국지연의


역사 소설로 ‘삼국지’만큼 오랫동안 사랑받는 책이 또 있을까요? 혹자는 ‘성경책’을 내 세우기도 하지만 재미 면에서는 삼국지를 따를 수 없다는 생각이 듭니다. 삼국지는 1,800년 전, 중국에서 일어난 역사적 일들을 소설화한 이야기입니다. 


삼국유사나 조선왕조실록처럼 역사적 사실을 그대로 적은 정사 ‘삼국지’도 있는데, 이는 삼국을 통일한 진나라의 ‘진수’란 사람이 편찬하고 ‘배송지’가 주석을 단 역사 기록서입니다. 이 역사서를 토대로 명나라의 ‘나관중’이 각색하여 ‘삼국지연의’ 소설을 창작한 것이지요. 참고로 중국이 내세우는 중국 4대 고전은 삼국지연의를 비롯하여 오승은의 서유기, 소소생의 금병매, 시내암의 수호전이 있습니다.


삼국지연의는 우리나라에서 그냥 ‘삼국지’로 통용되며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한나라 말기 황제가 허약한 틈을 이용하여 내시나 외척의 권력싸움이 극심해지고 지방 관리들은 백성의 피를 빨아 먹는 탐관오리가 됩니다. 견디다 못한 백성은 뭉쳐서 난(황건적의 난)을 일으킵니다. 난을 평정하는 가운데 지방제후들은 제 각기 야욕을 드러내며 정권 탈취를 위해 좌충우돌합니다. 이러한 과정에 등장하는 주요 인물은 위나라를 세운 ‘조조’, 오나라를 세운 ‘손권’, 촉나라를 세운 ‘유비’ 그리고 위나라에 의해서 삼국이 통일되자, 어부지리 격으로 대통을 이어받은 ‘사마염과 사마의 부자’가 있습니다. 이들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 속에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로 유비 쪽에는 ‘관우’ ‘장비’ ‘조자룡’ ‘제갈공명’이 있고, 조조에는 ‘허저’ ‘순욱’ ‘하우돈’ 등이며, 손권에게는 ‘주유’ ‘노숙’ ‘육손’이 있습니다. 기타 ‘동탁’ ‘여포’ ‘초선’ ‘헌제’ ‘원소’ 등도 비중 있게 그려집니다.


분열이 되었다가 다시 하나로 합쳐지는 90여 년간 주요 사건으로는 ‘황건적 난’ ‘십상시 반란’ ‘장안천도’ ‘관도대전’ ‘적벽대전’ ‘남만정벌’ ‘오장원 전투’ ‘강유 광복운동’ 등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삼국지가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 받는 이유는 제 각각이겠지만 크게 나눠보면 우선 ‘권선징악’의 후련함과 유비나 조조 같은 평범한 사람이 최고의 권력에 오르는 ‘비전’이 아닐까 합니다. 둘째로 삼국지 내용을 통해 인간 사이에 일어나는 여러 갈등과 그를 풀어가는 과정들이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삶의 지혜’로 전달되기 때문일 것입니다. 


차이나타운 내 인천중산화교학교 뒷담에 ‘삼국지 벽화’가 있는데, 삼국지 내용 중에 주요 장면 77컷을 타일로 전사하여 관람객에게 선보이고 있습니다. 한․중 국교 정상화 이후 차이나타운이 있는 인천 중구청에서 양국의 친선교류를 돈독히 하기 위해 제작되었다고 합니다. 차이나타운에서의 중국문화 탐방에 빠트릴 수 없는 코스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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