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스토리텔러 연재 - 7회 입니다.

"차이나타운의  맛, 이번 회부터는 차이나타운에서 맛보는 음식을 소개하겠습니다." 

화교가 탄생시킨 자장면과 짬뽕

자장면이 중국 작장면을 응용하여 만들어 졌다고 첫 회에 언급하였습니다만, 이번 회에서는 누가 언제 만들어서 우리나라 전역으로 퍼져 나가게 되었는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우희광」은 중국 산동 사람으로 1905년 차이나타운에서 가장 큰 청요리 식당 ‘공화춘-현재의 짜장면 박물관’을 운영하며 명성이 높았습니다(1편 사진 참조). 그러나 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자 경기가 침체되고 그의 공화춘 역시 파산 위기에 몰립니다. 겨우 명맥만 유지하다가 광복을 계기로 해서 그는 기존의 재료비가 비싼 요리 대신 대중적인 음식을 만들어 누구나 공화춘을 찾을 수 있도록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습니다. 우 사장은 당시 모두가 어려운 점을 감안하여 값싸고 양도 많고 영양도 풍부한 음식이 무얼까 궁리하던 차에, 때마침 미국에서 캐러멜이 들어온 것에 착안하여 중국의 작장면에서 짠 맛을 중화시키는 캐러멜과 돼지고기를 추가하여 식당을 찾은 손님들에게 맛보게 하자 하나같이 극찬을 하였다고 합니다. 이에 자신감을 얻은 그는 기존 재료에 양파와 감자, 당근을 더 보태어 오늘날의 자장면을 완성합니다. 그리고 인천역 근처에 있던 어시장을 중심으로 하여 기차로 인천에 온 객지 사람들과 시장 사람들을 상대로 자장면을 팔았습니다. 결과는 예상한 대로 대 히트였고, 입소문이 나면서 다른 중국 음식점도 자장면을 만들어 팔게 되면서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 음식은 일본 나가사키의 당인촌(차이나타운)에 전파되어 현지에서 ‘쟈잔멘’으로 정착됩니다. 하지만 일본 쟈잔멘은 일본인 입맛에 맞게 변형되어 우리나라 자장면으로 생각하고 먹었다가는 큰 낭패를 볼 수 있습니다.

한편, 우리가 즐겨 먹는 ‘짬뽕’도 차이나타운에서 시작됩니다. 그렇지만 자장면이 차이나타운의 우희강 화교의 손에서 만들어진 것과는 달리, 짬뽕은 일본 나가사키 차이나타운에서 탄생되어 인천 차이나타운에 제일 먼저 보급된 것입니다. 자장면과 반대의 경우라 하겠습니다. 

‘짬뽕’의 유래는 1900년대 초반 일본으로 건너간 「천핑순」이란 화교의 손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이 사람은 현지에 ‘사해루’란 중국 음식점을 차리고 자신의 고향인 중국 푸젠의 요리를 팔았는데, 요리 중 하나인 「탕러쓰멘(중국식 가락국수)」을 현지 입맛에 맞게 변형하여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탕러쓰멘은 돼지고기 표고버섯 죽순 파를 넣고 펄펄 끓인 국물에 국수를 말은 음식입니다만, 천 사장은 그 요리에 나가사키 인근 바다에서 잡히는 싱싱한 오징어와 새우, 굴 등을 추가하고 숙주나물과 양상추까지 듬뿍 넣어 본래의 탕러쓰멘과 확연히 다른 가락국수를 만들고 그 이름을 ‘시나 우동’이라 하였습니다. 시나(支那)는 차이나의 일본 발음으로 일본인들이 부르는 중국(쥬고꾸)의 또 다른 명칭입니다. 

시나 우동이 일본인의 입맛을 사로잡으며 소문은 전역으로 퍼졌고 나가사키는 시나우동의 명소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1920년대에 들어서며 시나 우동이 전국적으로 보편화 되면서 그 이름도 ‘잔폰’으로 바뀝니다. 이름이 바뀐 이유는 정확치 않지만, 잔폰은 일본 말로 ‘여러가지가 뒤섞인다.’의 의미로 아마도 여러 재료가 들어가서 그리 부르게 되었다는 설이 가장 유력하고, 어디서나 잔폰을 먹을 수 있지만 나가사키 잔폰이 최고라 하여 잔폰 중에 나가사키 잔폰을 제일로 쳐 주었습니다. 

나가사키 잔폰이 화교사회에서 소문이 돌면서 인천 차이나타운에 소개 된 것은 극히 당연하다 볼 수 있겠습니다. 앞에서 잠깐 언급했듯이 화교들은 타국에 살면서 본국(중국)과 문물을 주고받거나 제3국의 차이나타운과도 밀접한 교류를 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잔폰은 우리나라에서 짬뽕으로 불렸는데, 소개될 당시에는 우리 입맛과 안 맞아 그다지 인기가 없었습니다. 형태는 오늘날의 굴 짬뽕과 비슷한데, 돼지 냄새가 진하고 매우 짜서 우리 입맛과는 거리가 있었습니다. 이를 눈치 챈 우리나라 화교들이 육수를 낼 때 아예 닭고기를 쓰거나 돼지 냄새를 대폭 줄이고, 채소를 더 추가한 후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듬뿍 넣어 얼큰한 맛의 새로운 짬뽕을 만들었습니다. 이것이 오늘날 까지 이어오는 한국식 짬뽕인 것입니다. 

<중국만두 - 종류만 100가지가 넘는다>

만두(만토우, 쟈오즈, 빠오즈)

만두는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에 먹는 대표 음식의 하나입니다. 만두피를 얇게 밀어서 야채, 고기, 두부 등을 넣고 반달모양이나 둥근 모양으로 만드는 음식입니다. 춘절에 만두를 먹는 의미는 만두피에 각종 소를 넣고 반으로 접거나 오므려 끝을 막아 버리는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즉 한해를 시작하면서 만두 모양처럼 많은 복이 들어 온 후 새 나가지 말라는 염원의 뜻이 있고, 또 하나는 다물어진 만두 입처럼 말을 신중히 함으로써 나쁜 일을 방지하자는 다짐의 의미가 있다고 합니다. 또 한 명·청나라에 이르러서는 만두의 모양이 금화(원보)를 닮아서 새해에 만두를 많이 먹으면 재물이 모인다는 믿음도 형성되었습니다.

만두의 유래는 대개 2천 년 전 중국 한나라 때로 보고 있는데, 이는 나관중의‘삼국지연의’의 내용을 근간으로 한 듯합니다. 제갈공명이 남만을 정벌하고 돌아오는 길에 ‘노수’라는 강을 만나는데, 폭풍우와 파도가 가라앉지 않아 그 사연을 알아보니 전쟁에 죽은 병사의 원혼이 심술을 부리는 것이며 사람, 소, 양의 머리를 80두 베어 강에 바쳐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자 공명은 살생은 또 다른 원혼을 만드는 것이니 밀가루 반죽으로 사람 머리를 만들고 그 속에 양과 소의 고기를 넣으라고 한 후, 그것으로 강에 제사를 지내자 마침내 강 물결이 잠잠해졌다합니다. 그로부터 사람들은 그 제물을 남만의 머리 즉, ‘만두(蠻頭)’라고 부르다가 오늘날엔 남만 ‘蠻만’이 변하여 '만두饅頭‘로 바꾸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이 유래는 소설에 기인하기 때문에 큰 신빙성은 없습니다. 다만 중국에서 밀가루 음식이 발달하기 시작한 것은 한나라 무렵으로, 서역에서 밀과 제분기술이 도입되어 만두를 비롯해 국수 등 다양한 밀 음식이 등장할 가능성은 충분했을 것입니다.

우리는 통칭해서 만두라 하지만 중국에서는 세 종류로 만두를 구분합니다. 만토우․ 쟈오즈, 빠오즈가 그것인데, 만토우는 소를 넣지 않은 찐빵 같은 것이고, 쟈오즈는 일명 ‘교자’라 하여 각종 소를 넣고 송편처럼 빚습니다. 교자는 물만두나 만둣국에 많이 사용됩니다. 빠오즈라 부르는 ‘포자’는 피를 윗부분에 오므려 막는데 주로 쪄서 먹습니다.

오늘날에는 겉모양으로 교자나 포자를 구분하기가 어렵고, 둘에 대한 확실한 구분은 밀가루 반죽의 차이로 나눌 수 있습니다. 즉 밀가루 반죽을 발효시켜 빚으면 포자만두이고, 생 반죽으로 빚으면 교자만두라 하겠습니다. 물론 발효 여부에 따라 맛의 차이도 느낄 수 있습니다. 중국 만두는 우리와 달리 속의 재료가 다양해서 종류도 많고 맛도 가지가지입니다. 속을 구성하는 고기로는 소․ 돼지․ 양․ 닭 이 주류고, 해산물에는 새우․ 전복․ 해삼이 있습니다. 야채는 지방에 따라 천차만별인데 주로 죽순․ 표고버섯․ 피망․ 부추․ 배추․대파․ 당근․ 미나리․ 오이를 사용하며 토마토도 많이 쓰인다고 합니다. 참고로 차이나타운의 유명만두 가게인 ‘원보’에서 파는 「샤오롱빠오小龍飽」가 있는데, 이 음식은 상해 명물 요리 중의 하나로 쟈오즈에 가깝습니다. 얇은 껍데기 안에 돼지 고기 따위의 소와 함께 뜨거운 국물이 들어 있어 먹을 때 조심해야 합니다.

중추절 중국 대표 음식 - 월병

음력 8월 15일을 우리는‘추석’이라 하고, 중국에서는‘중추절’이라 부릅니다. 이 날 우리는 송편을 빚어 먹는데, 중국에서는 월병을 만들어 이웃이나 친지들에게 선물을 하는 풍습이 있습니다. 월병은 밀을 쪄서 떡처럼 만들고, 그것을 다시 빻아 반죽 하여 속에 맛깔 나는 재료를 넣어 바삭하게 구워 낸 중국의 전통 과자입니다. 월병을 한자로는‘月餠’이라 하는데, 여기서‘월月’은 8월 15일의 둥근 보름달을 의미하기 때문에 모양도 반드시 둥글게 해야 합니다. 또한 월병은 음식으로 뿐만 아니라 흩어졌던 가족이 중추절에 모두 모여 보름달처럼 둥글게 가족의 화목을 다진다는 상징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월병의 유래에 관해서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공통된 것은 월병이 전쟁에서 승리를 거둔 것을 경축하는 의미에서 나왔다는 것입니다.

가장 일반적으로 회자되는 유래는 원나라 말기, 가혹한 통치를 참을 수 없었던 농민들이 주원장과 함께 봉기를 꾀하였습니다. 그런데 거사를 앞두고 주원장은 봉기 시간을 궁성내의 백성들에게 알려야 했으나 연락할 방법이 없어 고민했습니다. 그러다가 번쩍하고 떠오르는 생각이 월병을 만들어 그 속에 봉기시간을 적어 백성들에게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백성들은 떡 속 쪽지에 적힌 음력 8월 15일을 보고 일제히 봉기에 참가해 원나라를 멸망시켰다합니다.

이때로부터 중추절에는 너나 할 것 없이 월병을 돌리고 먹는 풍습이 전해졌답니다. 그러나 반대 주장도 만만치 않습니다. 본래 월병은 그 기원이 한나라이며, 이름도‘호병’이라 하였다고 합니다. 이 호병을 어느 날 당 현종과 양귀비가 달구경을 하며 먹는 중에 양귀비가 호병이라는 이름이 맘에 안 들어 달처럼 둥글게 생긴 떡이라는 뜻의 ‘월병’ 이라는 이름을 붙여 불렀다는데서 유래 되었다고 합니다. 유래야 어찌 되었든 월병은 중국고유의 전통 음식의 하나인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월병의 종류는 지역마다, 또는 속에 넣는 재료에 따라 달라 헤아리기조차 힘들고 최근에는 선물의 기능이 더해지면서 상상치 못한 월병도 등장하고 있습니다. 중추절을 전후하여 중국의 상점은 ‘월병 북새통’이라 할 정도로 월병을 진열해 놓는데, 가격도 천차만별이며 선물 기능에 치우친 나머지 월병 속에 수표를 넣는가 하면 심지어 월병을 금으로 만들어 모양만 월병인 것도 등장해 해외토픽으로 소개되기도 했습니다.

한편, 월병은 구워 내는 특성을 가지고 있어서 호떡으로 진화하기도 했습니다. 호떡은 월병과 같은 방식에 속에는 부추와 돼지고기를 버무려 구워 낸 것이지만, 우리나라에 소개되면서 속에 조청이나 꿀, 흑설탕을 넣은 한국식 호떡이 탄생되었고 ‘공심병’이라는 일명 ‘공갈빵’도 같은 맥락에서 나온 것입니다.

중국인과 ‘차(茶)문화’

중국인에게 차(茶)는 생활 그 자체입니다. 가정은 물론 거리에서도 습관적으로 차를 마시며, 손님을 맞이할 때도 먼저 차를 내놓습니다. 이처럼 중국인이 차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어떤 이는 중국의 물에 석회 성분이 많아 보통 끓여 먹으며, 물맛을 좋게 하기 위해 차 잎을 우린다고 하고, 어떤 이는 중국 음식이 기름져서 차로 기름기를 완화시키기 위해 마신다고 합니다. 하지만 이런 주장은 천 년 이상 차를 마셔 온 중국 역사에 비춰 극히 단편적인 주장에 불과하다 하겠습니다. 

또한 중국의 차 문화가 언제 형성 되었는지도 학자에 따라 견해가 다릅니다. 중국 차 문화의 기원을 청동기 하․은 왕조부터라고 주장하는 설도 있지만, 보편적으로 인도의 스님 ‘달마대사’가 중국에 선불교를 전하던 서기 500년경으로 봅니다. 달마대사가 중국에 올 당시 ‘차나무 씨앗’을 가지고 들어왔다는 설인데, 이에 관해 차와 달마대사와의 전설이 전해지고 있습니다. 

달마대사가 기적적으로 양자강을 건너서 어느 한 마을에 이르러 명상을 시작하는데, 너무 피곤하여 명상은커녕 잠이 쏟아지자, 졸지 않으려고 자신의 눈꺼풀을 베어 버립니다. 순간 눈꺼풀이 땅에 떨어지면서 뿌리를 내리고 싹이 돋았으며 이 식물이 최초의 ‘차나무’라고 전합니다. 이 후 이 차나무는 전국으로 퍼져갔고 ‘영원히 깨어 있음’을 상징하는 나무가 되었답니다.

중국의 차는 찻잎이나 차를 우린 물색에 따라 크게 6가지로 분류합니다. 가공한 찻잎이나 우려 낸 물색이 흰색에 가까우면 백차(白茶)라 하고, 황차(黃茶)는 누런 빛깔을, 청차(靑茶)는 우롱차라 부르는 짙은 녹색입니다. 녹차는 한국에서도 많이 음용하는 연녹색 차고, 홍차(紅茶)는 검붉습니다. 흑차(黑茶) 중에 가장 잘 알려진 것이‘보이차’인데, 이는 찻잎을 오랫동안 충분히 발효시켜 검은색에 가까운 빛깔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중국인이 손님에게 차를 권하는 것은, 건강에 이로운 차를 내 놓음으로써 주인의 성의를 나타냄과 동시에, 찻잔이나 물의 사용법을 통해 가정의 품위를 은근히 드러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또한 차를 매개로 우호적인 분위기를 조성 할 수 있어 ‘차 문화’는 중국에서 하나의 예절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차를 영어로 ‘tea 티’라고 하는데 이는 복건성의 발음 타(ta)로부터 연원되어, 당시 중국인들은 ‘챠 tcha'로, 외국인들은 ‘테tee'로 부르다가 오늘날 영어 발음 ‘티tee'가 되었다고 합니다. 

차이나타운 스토리텔러 연재 - 7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