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타운 스토리텔러 연재 - 8회 입니다.

서양인 입맛에 맞게 등장한 탕수육

차이나타운의 중국 식당에서 짬뽕, 자장면만큼이나 인기 좋은 요리는 탕수육입니다. 탕수육의 중국 발음은 ‘당추러우’이며 한자로 쓰면 ‘糖醋肉 당초육’인데, 그 뜻은 「달콤새콤한 돼지고기」입니다. 이것이 우리나라에서는 탕수육으로 변형되어 불리고 있습니다. 

<탕수육>

1842년 8월, 청나라의 아편 수입 금지로, 영국과 청나라 사이에 일어났던 아편전쟁이 영국의 승리로 종식이 되면서 이른바 「난징조약」이 체결됩니다. 그리고 조약 내용 중에는 <광저우, 샤먼, 푸저우, 닝보, 상하이 다섯 개 항구를 개항한다.>와 <개항장에 영국인 가족의 거주를 허가하고, 영사관을 설치한다.>가 들어 있는데, 이로 인해 광저우(광주) 등지에 영국인뿐 아니라 다른 서양 외국인들까지 몰려와 거주하게 되었습니다. 이들은 자연스럽게 중국 음식을 접하게 되었으며 특히 광저우의 당추파이쿠(糖醋排骨)를 가장 좋아했다고 합니다. 이 요리는 돼지갈비를 새콤달콤하게 튀긴 것인데, 젓가락질이 서툰 외국인들이 이것을 먹으려면 여간 힘든 게 아니었습니다. 이것에 착안한 어느 음식점에서 이들을 위해 돼지갈비의 살만 발라내어 술을 붓고 달걀과 전분을 섞어 설탕, 식초, 소금 등으로 간을 맞추어 바삭하게 튀기고 걸쭉한 소스를 얹은 새로운 당추파이쿠를 만들었습니다. 그러자 이 요리를 서양 포크로 간편히 먹을 수 있게 되면서 개항장을 중심으로 외국인 입을 통해 급속히 퍼져나갔습니다. 이후 이 요리를 당추파이쿠와 구별하여 새로이 ‘당추러우’라 하였습니다. 

당추러우는 인천이 개항된 1883년 조금 지난 시점에 차이나타운 중국 요리점에 소개 되었는데, 이를 맛본 우리나라 사람들은 돼지고기 냄새가 역해서 별로 인기가 없었다고 합니다. 그래서 이 요리는 다시 변신을 하게 됩니다. 돼지고기를 숙성하여 잡냄새를 줄였으나 육류를 그다지 접하지 않았던 당시 사람에게 선입견이 있어서인지 여전히 즐겨 찾지 않았습니다. 그러다 돼지고기 대신 소고기로 재료를 바꾸자 상황은 뒤바뀌었습니다. 소고기의 부드러운 맛과 향이 우리 입맛에 딱 떨어졌고, 값비싼 소고기를 먹는다는 자부심이 생기면서 이 요리는 주목받으며 이름도 우리식으로 ‘탕수육’이라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러는 사이 돼지고기 탕수육도 많이 개선되어 익숙해 졌고, 언제부터인지 비싼 소고기 대신 닭고기 탕수육도 등장하며 선택의 폭이 더욱 넓어졌습니다. 자장면이나 짬뽕처럼 탕수육도 현지 입맛에 따라 변신하는 건 특히 음식에 있어서 어쩌면 당연한 일이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8가지 귀한 재료 - 팔보채

차이나타운의 중국 요릿집에서 탕수육만큼 주문 많은 음식으로 팔보채나 양장피를 들 수 있겠습니다. 먼저 팔보채를 보자면, 한자 표기는 ‘八寶菜’로 8가지 귀한 재료를 써서 만든 요리를 뜻합니다. 서태후가 이 요리는 생전에 동파육, 취두부, 북경 오리 구이 등과 같이 빼놓지 않고 수라에 올릴 정도로 매우 즐겨먹던 요리라 합니다. 참고로 채(菜)란 한자는 1차적으로는 채소나 나물 따위를 뜻하지만 여기서 확장되어 '요리'를 의미하지요. 

아무튼 중국 식당에서는 팔보채란 이름에 걸맞게 난자완스, 깐풍기, 양장피, 유산슬 등과 함께 꽤나 고급 쪽으로 꼽히는 요리이며 당연히 가격도 조금 비싼 편에 듭니다. 여덟 가지 재료로는 보통 해삼, 오징어, 소라, 새우, 죽순, 표고버섯, 양송이버섯, 닭고기 등을 꼽지만, 상황에 따라 혹은 가격에 따라 다른 재료가 들어갈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주재료에 당근, 양파, 청경채 등의 채소를 더해서 걸쭉한 양념에 볶은 것인데, 언뜻 생각하기엔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재료들이 각자의 맛을 살리면서도 서로 잘 어우러져 훌륭한 맛을 냅니다.

<팔보채>

‘팔보패’, ‘팔보반’이라고도 불리는 팔보채(八寶菜)의 유래에 관해서는 여러 가지 설이 있습니다만 그 중 하나로, 「청나라 말기 동치제의 생모 서태후는 평소 밥상에 음식 120가지를 올려놓고 먹을 정도로 소문난 미식가였다 하는데, 서태후의 요리사들은 음식을 준비하고 남은 재료를 한데 볶아 먹곤 했답니다. 어느 날 서태후가 이 음식을 맛보고는 "마치 8가지 보물을 모아 만든 것처럼 맛이 좋다." 라고 말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설득력이 얻고 있습니다.

한편 좋은 요리로 평가받는 팔보채는 펄 벅의 소설 ‘대지’ 내용 중에, 혼인잔치에서 손님들을 대접하는 음식으로 등장하는데 '상 가운데에 놓는 팔보채' 라는 것이 언급되듯이 집안 잔치의 주 요리로써 아주 중요하게 여긴 요리였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렇기도 할 만한 것이, 고기나 어패류에서 채소까지 여러 가지 재료를 섞어서 볶은 만큼 풍성하고 푸짐한 만족감을 주는 요리인 팔보채를 안주삼아 술을 마음껏 마실 수만 있다면 잔치로써 손님들이 즐길 수 있는 최소조건은 갖춘 셈이겠지요. (출처 : 나무위키)

양장피 잡채와 잡채밥

양장피(兩張皮)란, 전분을 이용해서 만든 껍질 즉, 피(皮)를 뜻합니다. 알기 쉽게 우리가 즐겨 먹는 당면의 일종이라 보면 됩니다. 양장피의 원 이름은 '양분피(洋粉皮)로, 이것이 언젠가부터 양장피로 바뀌었습니다. 식감이 해파리와 비슷해 착각하기 쉽고, 보통 손가락 한마디 정도 폭의 넓적한 국수 모양을 하고 있습니다. 이 양장피에 각종 야채 해산물 등을 곁들여 겨자소스를 부어 섞어 먹는 중국요리를 양장피 잡채라 하며 흔히 그냥 줄여서 양장피로 부릅니다. 

<양장피 잡채>

그런데 양장피 잡채가 과연 중국 요리인가 하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하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나라 잡채에서 찾을 수 있겠습니다. 1930년대 까지만 해도 잡채는 지금과 달랐습니다. 그 당시는 「고기나 야채 혹은 해산물 등을 채 썰어 익힌 후 섞어 참깨 장에 찍어 먹는다.」로 요약할 수 있겠습니다. 다시 말해 당면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음식이었던 것입니다. 이 잡채는 돈 있는 사람들이나 특별한 날에 맛보는 고급 요리로 인식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을 중국 요리로 탈바꿈 시킨 사람들은 다름 아닌 우리나라에서 중국 음식점을 하던 화교 주방장들 이었습니다. 이들은 우리의 잡채에 장피(중국식 당면)를 추가하고 고기와 해산물 특히 불린 건해삼을 넣고 참깨장 대신 겨자장을 뿌려 섞어 먹는 양장피 잡채를 탄생시킨 것입니다. 이러한 연유로 중국 본토에는 양장피 잡채란 요리가 없고, 아이러니하게도 세계 각지에 퍼져있는 차이나타운 중국식당에서 이 요리를 종종 찾을 수 있는데, 이는 과거 한국에서 이주해간 화교 주방장들이 퍼뜨린 것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중국식 잡채밥>

한편 우리 본래의 잡채도 그 즈음해서 당면을 삶아 기름과 참깨를 섞어 오늘날의 잡채로 탈바꿈시킵니다. 그런데 이 음식과 관련하여 한 가지 재밌는 사실이 있습니다. 이 잡채를 화교들이 다시 중국식 요리로 만든 것입니다. 다시 말해 한국의 잡채를 중국의 요리 기법으로 당면을 넣고 센 불로 볶아낸 후 밥을 곁들이는 음식 즉, 중국 음식점에서 우리가 주문하는 ‘잡채밥’이 그것입니다. 때문에 잡채밥 역시 양장피 잡채와 더불어 화교들에 의해서 한국 음식과 중국 요리법이 혼용되어 탄생된 요리라 하겠습니다. 현대 중국어에는 이른바 ‘양장피현상(兩張皮現象)’이라는 말이 있다합니다. 이 말은 한 가지 일을 두 가지 관점으로 보거나 한 가지 일에서 두 가지 결과가 나타날 때 쓰는 말이라네요. 양장피 잡채나 잡채밥이나 화교에 의해서 퓨전화 된 요리들을 보면 일리가 있는 말이라 수긍이 갑니다.

한국식 중화요리 – 유산슬(溜三絲)과 라조기(辣子鷄)

몇 년 전 유재석이 트로트 가수로 데뷔하며 예명으로 ‘유산슬’을 쓰면서, 중국식당에서 유산슬 요리를 찾는 사람이 부쩍 늘었다고 합니다. 유산슬을 아직 먹어보지 않았어도 어떤 음식인지 알려면 유산슬의 한자 「溜三絲」을 뜻풀이 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즉, 류(溜)는 전분을 끼얹어 걸쭉하게 만드는 요리법이고, 삼(三)은 세 가지 주재료를 의미하며, 사(絲)는 ‘가늘게 썰다’라는 뜻입니다. 여기서 세 가지 재료란 고기, 해산물, 채소를 말하는데 보통 돼지고기와 해삼, 새우, 죽순, 표고 등을 사용합니다. 이를 종합해 보면, 유산슬은 3가지 주재료를 가늘게 썰어서 볶은 뒤 전분을 끼얹어 걸쭉하게 만든 음식이지요.

<유산슬>

하지만 이 음식은 중국 전통 요리가 아니라 전형적으로 한국식 중화요리입니다. 굳이 중국에서 유사한 것을 찾는다면, 중국 윈난성의 추류싼쓰(醋溜三丝)정도인데 식초 넣고 감자나 호박을 볶은 향토음식이라 그 지역 밖으로는 별로 알려지지도 않았다합니다. 또 하나는 유산슬이란 요리는 중국의 ‘산슬어시(三絲魚翅)’를 흉내 냈다고 합니다. 이 요리는 마른 해삼, 채 썬 닭다리 살, 겨울 죽순을 섞어 볶은 후 불린 마른 상어지느러미와 소스와 그 위에 부어 완성시키는 아주 고급 요리입니다. 여기서 값 비싼 상어지느러미(삭스핀)를 빼고, 조리 기법의 하나인 ‘유(溜, 류)’를 했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으로 추측합니다. 참고로 ‘유(溜, 류)’는 앞서 언급했듯이, 「물에 녹인 녹말가루를 볶은 재료에 끼얹어 솥의 굴곡에 따라 흐르듯 솥을 돌리고 이어 볶아내는 기술」입니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유산슬은 중국 어디에도 없는 한국에서 만들어진 중화음식임은 분명합니다.

<라조기-가끔 깐풍기와 많이 혼동한다>

그리고 유산슬과 생태가 비슷한 음식으로 ‘라조기(辣子鷄)를 들 수 있겠습니다. 주재료는 닭고기, 청경채, 양송이, 표고버섯, 죽순, 붉은 고추, 생강, 달걀, 물 등이 포함되며 닭고기는 뼈를 제거하고 살코기만 발라내어 한 입 크기로 썰어낸 것이 특징입니다. 소스는 고추기름, 녹말, 육수 및 청주, 간장, 호유, 식용유, 후추, 소금 등이 들어가는데, 이것들은 매운맛을 내는 역할을 해줍니다. 명칭은 중국어 '라쯔지(辣子鸡)'에서 유래한 것으로, 각각 '辣(매울 랄)'과 '병아리(子鸡)'를 합쳐 '매운 닭' 정도의 뜻이 됩니다. 본래 기원은 중국의 사천지방 요리지만, 보통 한국의 중화요리점에서 제공되는 것은 현지화를 거친 한국식 중화요리의 느낌이 더 강합니다. 그리고 라조기에서 닭고기 대신 돼지고기를 사용하면 ‘라조육’으로 부르고 있습니다. 

산둥에서 넘어 와 밀가루 옷을 입은, 깐풍기(건팽계, 乾烹鷄)

인천에 차이나타운이 형성되고 중국 음식점이 생기면서부터 요리해 팔기 시작한 음식의 하나로 ‘깐풍기’를 들 수 있습니다. 이 요리는 산둥(山東) 지역이 본 고장으로 처음 인천에 들어 온 대다수 화교들도 산둥사람이었습니다. 우선 요리의 명칭을 살펴보면, ‘깐풍’은 한자로 ‘건팽(乾烹)’이며 이는 ‘바싹 졸여낸다’라는 의미의 건(乾)과 ‘볶다’라는 의미의 팽(烹)에, 닭고기의 계(鷄)가 합쳐진 단어입니다.

100여 년 전 당시의 깐풍기는 어린 닭의 살을 발라 녹말 물을 묻혀서 튀긴 뒤에 고추기름과 마늘, 생강을 기본으로 한 매콤한 소스 양념에 야채들을 곁들여 볶아 만든 요리였습니다. 그러다가 1950년대에 들어와서 밀가루가 많이 보급되자 원재료에 밀가루 반죽을 묻혀 음식을 튀겨내기 시작했습니다. 중국 사람들이 음식을 데치거나 기름에 볶아먹는 것을 선호한다면, 한국 사람들은 밀가루 옷을 입혀 많은 양의 기름에 튀긴 그 담백함과 고소한 맛을 즐기기 때문에 본래의 중국음식 변형은 불가피한 선택이었을 것입니다. 또한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밀가루 반죽을 묻혀 튀겨내는 조리법은 맛과 더불어 재료의 양을 조금 더 늘릴 수 있다는 이점도 지니고 있었습니다.

<깐풍기-바짝 졸여 볶은 닭고기 요리>

이처럼 식재료의 변형과 중국에서 활용되던 조리방법이 합쳐져서 한국에서만 맛볼 수 있는 독특한 중국 음식들이 탄생되었고 더불어 깐풍기도 탄생하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닭고기 대신 새우를 재료로 하면 ‘깐풍새우’가 되고, 두부를 메인으로 하면 ‘깐풍두부’가 됩니다. 

참고로 깐풍기와 라조기를 혼동하는데, 라조기는 중국 요리의 전매특허라고 할 수 있는 전분이 들어간 걸쭉한 소스에 튀김을 푹 담근 것에 가깝습니다. 마치 탕수육에 소스를 얹힌 것과 비슷합니다. 또한 맛의 차이도 확연합니다. 라조기는 맵고 짜며 달지 않고 간장 특유의 풍미가 강조되어 있는 반면, 깐풍기는 매운 맛과 함께 단 맛이 강합니다. 그리고 지역에 따라서는 강한 참기름향이 첨가되어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출처 : 다음 카페 일산 차이나정)

차이나타운 스토리텔러 연재 - 8회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