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장자료에서 예술로 연결되고 문화로 꽃 피다

- 1일부터 일주일 간 ‘여권통문의 날’ 기념 전시 열려 -

국립중앙도서관(관장 서혜란)에서 제공하는 고신문 플랫폼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기사에서 영감을 받은 여성작가 30인이 오늘 1일(수)부터 토포하우스(서울 종로구 소재)에서 ‘여권통문의 날*’ 기념 전시를 연다. 이는 1898년 9월 8일 ‘황성신문’ 별보란과 9일 ‘독립신문’에 게재된 ‘여성통문’ 기사를 기념하기 위함이다. 

∙ ‘여권통문의 날’은 1898년 9월 1일 서울 북촌 양반 여성들이 주축이 되고 300여 명의 여성이 찬동해 이뤄진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인권선언을 기리는 날이다. 여권통문 기사 내용은 다음과 같다. “어찌하여 우리 여인들은 일양 귀먹고 눈 어두운 병신 모양으로 구규(舊閨)만 지키고 있는지 모를 일이로다. 혹자 신체와 수족과 이목이 남녀가 다름이 있는가. 어찌하여 병신 모양 사나이의 벌어주는 것만 먹고 평생을 심규에 처하여 그 절제만 받으리오. 이왕에 먼저 문명개화한 나라를 보면 남녀가 일반 사람이라 어려서부터 각각 학교에 다니며 각항 재주를 다 배우고 이목을 넓혀 장성한 후에 사나이와 부부지의를 정하여 평생을 살더라도 그 사나이의 일로 절제를 받지 아니하고 도리어 극히 공경함을 받음은 다름 아니라 그 재조와 권리와 신의가 사나이와 같기 때문이다.” 

▲ 여성작가 30인, 대한민국신문아카이브 고신문에서 영감받아 

이번 전시에 참여한 30명의 작가**는 ‘여권통문’을 사유하고, 각기 다른 방식으로 작품을 선보인다. 특히, 양주혜 작가는 독립신문과 황성신문을 중심으로 여성통문을 작품에 담은 ‘리소사와 김소사를 생각하며’를 선보였다. 양작가는 ‘구월 일 일 녀학교 통문 발기인 이소사, 김소사’라는 신문 기사를 보고 1905년 태어나 이소사(소사(召史)는 나이든 기혼 여성을 뜻함)로 불린 자신의 외할머니를 떠올린다. 작가의 조모 역시 수많은 이소사 중 하나였으며, 그들의 정신이 있어 현재 우리가 잘살아가고 있노라고 작품을 통해 이야기한다. 

국립중앙도서관 서혜란 관장은 “도서관의 디지털화 된 자료가 자료 자체로 멈추지 않고, 예술의 시작점이 됨을 기쁘게 생각한다. 자료의 소장처가 아니라 영감의 샘 그리고 다양한 콘텐츠의 창작기지가 될 수 있도록 지속해서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이 전시를 기획한 조은정 미술평론가는 “123년 전 여성의 배움을 있게 하여 스스로 사유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게 하여준 선배들을 기념하고 감사하는 전시이다. 이 자리를 있게 한 30명의 작가와 300여 명의 후원자께 다시 한번 감사드린다.”라고 말했다. 

∙ 30명 작가의 작품은 다음과 같다. ▲권지은은 작품을 통해 도화서 화원이 되지 못한 당대 예술가 등의 위치를 ▲김경민은 엄마의 조각에서 유쾌하지만 가볍지 않은 화두를 던진다. ▲김도희는 국가와 정당하지 못한 사회가 내몬 매춘 여성의 삶을 조명하고, ▲김명희는 작품 속에 유관순 열사를 소환했다. ▲김순임은 울이라는 소재에 따뜻하지만, 무엇으로도 깰 수 없었던 강인한 외할머니의 모습을 담았고, ▲김영미는 여성에게 더는 장막이 없음을 기뻐하는 모습을 회화에 담았다. ▲김정하는 작품 ‘염원’ 속 여성의 뒷모습을 통해 참된 본질을 찾고자 하며, ▲김정희는 여성이 사회에서 갖는 두려움이자 욕망은 ‘그저 인간’이기에 가지는 감정임을 말한다. ▲김홍식은 경복궁에서 춤을 추던 무희는 눈요기 대상이 아니라 급여를 받고 국가적 행사에서 일하는 존재임을 말하고 있으며, ▲김희자는 하나로 이어진 화면 속 사막을 통해 거대한 노력에 대해 표현하고, ▲노원희는 작품 속 인물의 행위와 물건을 통해 위대한 여성 일상을 언급한다. ▲박미화는 어머니의 초상을 통해 울림을 주며, ▲박종미는 속박이라는 집을 벗어나 사회라는 집으로 향하는 모습을 작품에 담았고, ▲배달래는 퍼포먼스 후 페인팅을 통해 삶이 꽃이 되는 순간을 포착했다. ▲서고운은 여성작가로서 주체가 되고자 하는 스스로의 의지를 담았고, ▲서혜경은 소녀 가이아를 조형토를 통해 호출했다. ▲심영철은 매트릭스 가든을 통해 ‘여권통문’을 선언하던 시대인들과 현재 관람자의 경계를 지운다. ▲양주혜는 ‘황성신문’ 속 선언을 사용하여 이름조차 부여받지 못한 이들의 자폭적 자기 투척의 정신을 기린다. ▲양화선은 자기 자신이자 모든 여성의 삶을 반추하는 작품을 선보이고, ▲오명희 자개장이 놓인 안방을 닮은 자개 그림에서 추억을 소생시키며, ▲오숙환 한지 속 수묵화를 통해 빛을 표현하고, 여성의 변화하는 의식을 뜻한다. ▲윤애영는 비디오영상 작품을 통해 ‘여권통문’을 혁명에 비유하고, ▲정은주는 여성의 추상미술의 영역을 확장하고, ▲정정엽은 아크릴화를 통해 한국의 페미니즘 작가와 미국의 페미니즘 작가의 만남을 사건화했다. ▲정종미는 낮아지고 가려진 여성을 모시고 그 영혼을 경배하는 화면을 작품에 표현했고, ▲정직성은 여성의 삶이 재현되는 방식에 의문을 제기하고, ▲최서원은 작가의 어머니가 자식 교육을 위해 서울행을 택하였던 순간과 희망을 말한다. ▲하태임의 순수추상은 여성 작가의 세계를 굳이 여성적인 것으로 구분하는 것을 거절하고, ▲허윤정은 ‘여권통문’이 있어 오늘의 작가가 존재한다며 여성의 역사성을 강조한다. 마지막으로 ▲인터브이는 노인이 되어 글을 배운 안동 할머니들의 영상을 통해 미안함을 표현했다.